섹스 의자


섹스 의자

새사랑 0 2048

섹스의 불씨를 되살리는 법.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파트너를 바꾸면 된다. 평생을 이 방법으로 자신의 성생활을 활발하게 영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이 방법은 많은 비용과 에너지, 시간 투자를 요구하고, 극단적이긴 하지만 전 파트너들과 좋지 않게 끝난 경우 길에서 비명횡사할 가능성도 있다. 새사람이라는 옵션을 제하고 나면, 새로운 체위를 살펴보아야 하지 않는 하는 생각이 뒤를 잇는다. 탄트라 섹스 가이드북에 나오는 놀라운 체위들을 매일 하나씩 시도하는 것도 변화를 꾀하는 방법이긴 하나 섹스의 우발적인, ‘동물적’인 삘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접근법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대로 시선을 돌릴 때.

 

섹스가 어쩌다 한 번 생에 일어나는 대단한 이벤트가 아닌, 생활의 영역에 깊숙이 들어왔다면 침대 외에 다른 장소에 ‘스토리’를 얹어보자. 나는 집에 있는 의자 중에 ‘섹스 의자’라는 타이틀을 마음속으로 붙여 놓은 것이 있다. 누울 만한(?) 소파는 아니다. 눕는 건 오로지 침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나의 섹스의자는 1인용 가죽의자다. 팔걸이와 등받침이 직선으로 반듯한 가죽이라 발을 안정감 있게 걸치기에 편하고, 1인용 의자치곤 공간이 널찍해서 여유가 있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서 이래저래 자세를 바꾸는데도 용이하다. 가죽시트를 감싸는 테두리와 의자 다리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라 의자 위에서 섹스를 하면 미장센이 훌륭한 에로 영화의 주인공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침대와는 달리 의자에서 섹스를 하면 어딘가 피할 데가 없다는 느낌 때문인지 턱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남자의 시선이 나를 찌르는 기분이다. 그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오르가슴에 오르는 스피드가 가파르게 오른다. ‘섹스 의자’라고 이야기를 부여하고 나니 대낮에 혼자 그 의자에 앉아 있을 때도 뜨거운 기억이 종종 떠올라 금세 섹스 무드에 젖기도 한다.

 

집안에 ‘섹스 의자’를 설정해놨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앉을 때마다 다짜고짜 섹스를 하진 않는다. 내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의 무릎 위에 살포시 앉아 엉덩이를 비빈다. 나름의 전희다. 우리, 한 번 할까? 하는 몸의 신호다. 대학 때, 여분의 의자가 있는데도 굳이 여자 친구를 자기 무릎에 앉히려는 남자 선배를 보면서, ‘아, 하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 기억이 난다. 겨울이라 여친의 체온이 그립다기에는 너무나 성적인 뉘앙스를 온몸으로 뿜어댔었지. 더 놀라운 건, 여친의 허리를 양팔로 꽉 감싸고, 무릎을 위아래로 덜덜 떨면서 가끔 ‘좋지? 어?’ 이렇게 여친의 반응을 체크하는 선배의 행동이었다. 타인의 ‘드라이 섹스’를 대낮에, 동아리방에서 보는 건 꽤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의자에서 사람이 직접 몸을 흔들며 진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의자 자체의 움직임이 있으면 더없이 훌륭하다. 그래서 흔들의자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섹스를 재미있게 만든다. 원형 매트리스나 물침대도 꽤나 흥미로운 무대이나 앞뒤로 흔들리는 건 아니다. 남성은 흔들의자 위에 몸을 죽 펴고 앉는다. 여성은 남성과 마주 보고 앉는다. 이때, 여성은 발을 남성의 엉덩이 근처에 두고, 팔을 뒤로 빼서 남성의 다리를 잡아 안정성을 찾는다. 흔들의자에서 나누는 피스톤 운동의 묘미는 슬로 페이스다. 남성은 천천히 여성을 자극하며, 그녀가 젖어가는 걸 즐기고, 여성은 클리토리스와 질을 동시에 자극하는 자세라 기분 좋다. 그리고 의자 위라 유연성이 굉장히 요구된다. 흔들의자 위에서 움직이기 전에 미리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데우고, 풀어줄 것. 우리 집에도 흔들의자가 있으나 상판이 플라스틱 소재다. 성인 두 명의 무게를 의자가 견뎌낼지 의문이 들어 아직도 그냥 ‘의자’로만 남아 있다. 화끈한 섹스의 여파로 산산이 부서진 의자... 그런 그림도 나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아깝다. 섹스 때문이라고 해도 수명을 단축하기엔 꽤 귀여운 의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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