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사막화...2
아. 그런데 아직 아니야. 뇌를 젖게 해야 한다. 섹스 판타지가 등장할 타임.
판타지 속에서는 남들이 하지 말라는,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 아들 여자친구와 섹스하는 아버지 정도는 우스울 정도로 질척하고 야한 판타지를 그려보자. 머릿속 상상은 현실의 파트너와 잠자리를 하면서도 즐길 수 있으니 참 좋다. 다른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비밀리에 산으로, 강으로 혹은 모바일 메신저로 떠날 필요가 없다. 뇌 속 불륜은 안전이 보장된 최고의 비밀 사랑법. 이왕 금지된 사랑을 하려면 둘보다는 셋이다. 침대에서 눈앞의 파트너와 ‘쓰리섬'의 효과를 노리려면 손이 잠시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이왕이면 손이 애널 입구 주위를 맴돌거나 그 주름을 펴주거나 하는 동작을 취하면 더욱 확실하다.
이쯤 되면 여자의 몸은 열기가 뱀 똬리처럼 사타구니에 뭉치는 느낌이 든다. 그때가 ‘사막'이 ‘늪지대'로 바뀌는 타이밍이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자가 너무 힘들어하면 적당한 선에서 끝을 맺는 것도 남자의 센스다.
무슨무슨 데이가 항상 문제다. 처음 사귄 날, 생일, 밸런타인 데이, 크리스마스. 이런 날엔 침대 상황이 어떻든 남자들은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이 되려 한다. 나는 결국 속내를 내뱉는다. 괜찮아. 나중에 뭐라고 안 그럴게. 다 내 탓이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우리가 한 번 보고 안 볼 사이도 아니잖아. 그만 자자. 주절주절.
오늘은 쓰리섬이 아니라 미식축구 한 팀을 뇌로 다 소환해도 힘든 날이다.
“너, 이제 술 마시지마.”
미안한 마음에 슬립을 챙겨입고 욕실 문 앞에서 그의 옷을 이쁘게 들고 서 있었다. 씻고 나온 남자, 자신의 티셔츠를 낚아채며 바로 볼멘소리로 한 마디 건넨다.
네네, 음주섹스는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