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기억이 없다"... '프렌즈' 챈들러가 밝혔던 마약 부작용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 중 한 명이었던 매튜 페리가 54세로 사망했다. 그는 유명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할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CNN 등 현지언론은 그가 욕조에서 심장발작이 일어나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이들의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외신은 약물중독과 관련된 그의 과거 발언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페리는 1997년 제트 스키 사고를 당했다. 이후 진통제 바이코딘(Vicodin)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이후 약 3년 동안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당시 엄청난 체중 변화를 겪기도 했던 페리는 2001년에 바이코딘, 암페타민, 알코올 중독으로 재활원에 들어갔다.
바이코딘은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으로 하이드로코돈과 아세트아미노펜의 복합제제다. 진통제 타이레놀에도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흔히 쓰이는 성분이지만, 하이드로코돈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최근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오피오이드 계열이다.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기도 팽창, 환각, 호흡곤란, 공명음, 위통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운전이나 기계를 다룰 때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페리는 회고록에서 하루에 바이코딘을 무려 55정씩 먹었다고 밝혔다. 미국 유명 래퍼 에미넴 역시 바이코딘 중독으로 고생한 바 있다.
회고록에서 그는 약물 중독 등으로 고통받았던 당시 3년간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생전에 페리는 자신은 다시 방영되는 프렌즈 시리즈를 다시 보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마약 중독 등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었다. 페리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프렌즈를 시청할 때면) 매 시즌마다 내가 당시 복용하고 있었던 약이 무엇인지도 생각이 날 정도였다"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화면 속에서 급격하게 살이 쪘다가 말랐다를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알코올과 마약 의존 탓에 당시 작품을 찍을 때도 손이 떨리는 것을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여야 했다고 밝히기도했다.
페리는 약물 중독이 심각했기 때문에 10년 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2004년 프렌즈 시리즈가 끝났을 때조차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고록에서 그는 "모두가 흐느끼고 있었지만, 나는 무감각하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장기간 고통에 시달렸지만 페리는 2010년대 중반에 약물 남용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미국 전국마약법원전문가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Drug Court Professionals)의 대변인이 되었으며, 2013년 5월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실(Office of National Drug Control Policy)로부터 회복 챔피언(Champion of Recovery)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18년 8월 그는 위장관 천공으로 수술을 하기도 했다. 당시 대장이 터져 2주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5개월간 병원에 입원했으며 9개월간 장루주머니(인공항문)를 사용해야만 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아편류 마약성 진통제 과용의 후유증이 온 것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의료진이 가족에서 밝힌 생존 확률은 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