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도 별로인데”… ‘투자 대기자금’ 10조원 늘어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인해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지난달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에서만 10조원 넘게 증가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보통예금 통장 등에 일단 예치해 둔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관망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은행권에서는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1349억원으로 전월말(597조9651억원) 대비 10조1698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월(23조4239억원), 8월(2조4841억원) 연속 감소하다 2개월만에 증가 전환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입출금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통예금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금리가 낮아 단기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최근 미국 긴축기조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이 늘어나며 코스피 등 국내 증시가 부침을 겪고,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돌파하는 등 은행 대출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투자도 여의치 않자 은행에 일단 예치해 둔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하면서 더 높은 저축성 상품을 기다리는 수요도 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연 5~7%대 고금리로 예치했던 정기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금융권 예금 금리 경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기준) 최고금리는 모두 4%대로 올라섰다. 이는 9개월만이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이 연 4.05%,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이 연 4.03%,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이 연 4.00%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상승세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6일 기준 4.20%로 지난달 1일(4.11%)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일부 저축은행은 4% 중반대 금리를 제공하며 금융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고금리 수신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최근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자금 상환기를 앞두고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통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경쟁적 수신 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확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고금리 수신 경쟁에 대해 “장단기 조달, 대출금리 상승 우려 등 불필요한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의 쏠림 현상과 여·수신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