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얼굴 '비대칭', 남들 눈에도 그럴까?
얼굴형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인 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씀하는 분들을 정말 자주 뵙습니다.
"제가 얼굴 비대칭이 (심.해.요.)"
하지만 '얼굴 비대칭이 심하다'는 분들 중에서, 남의 눈에 띌 정도로 비대칭인 분은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은 남의 비대칭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 얼굴의 비대칭이므로 내 눈에 잘 띄는 것 뿐입니다. 단적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내 주위에 얼굴 비대칭인 사람이 있는지 떠올려 보신다면 금방 생각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 얼굴의 비대칭은 한 번 신경쓰기 시작하면 계속 눈에 띄고, 이것이 반복되면 점점 '심하다'고 느낍니다. 비대칭이 심하다고 느끼는 것도 결국 내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남에게 보이지 않는 비대칭이면, 수술을 받아도 남들에게 그 효과가 보일리 만무합니다.
비대칭으로 고민하는 대부분의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이 아니라, '이 정도 비대칭은 남의 눈에 전혀 띄지 않는다' 라는 '안심'입니다. 하지만 내 비대칭이 심하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온 분들은 정작 생각이 잘 바뀌지 않습니다. 안심을 시켜도 잘 믿지 않고, 본인의 비대칭에 공감해주는 곳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비대칭 교정을 받는다며 각종 마사지, 경락은 기본이고 필러 등의 미용시술 뿐 아니라, 치과 심지어 한의원까지 다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남에게 보이지 않는 '실체 없는 심한 비대칭'에 공감해 주며, 불안감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산업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실제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비대칭 교정 전후' 사진들을 보면 협찬을 받은 블로거들이 고개를 살짝 돌리고 마치 효과가 있는 듯 찍은 것이 다수입니다.
본인 얼굴의 비대칭이 심하다며 성형외과를 찾아오는 분들의 대부분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정도의 비대칭이므로, 매번 상담실에서 거의 똑같을 정도의 대화가 반복됩니다. 그러니 본인의 안면 비대칭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머릿속으로 아래 질문의 답을 하며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원장님, 제가 얼굴 비대칭이 (심.해.요.)"
"저는 비대칭 모르겠는데요. 전혀 심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까지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남에게 비대칭이라고 들은 적 있어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분들은 별로 없습니다. 제가 이어서 말씀드립니다
"사람들은, 남의 비대칭에 관심이 없어요. 주위에 얼굴 비대칭인 사람 기억나세요?"
이 질문에 그렇다고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당장 본인도 남의 비대칭 안 보시잖아요. 남들이 날 보고 비대칭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정말 비대칭이 안 보이기 때문이에요.
종종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원장님, 사람들이 그런 말을 대놓고 하지는 않잖아요."
저의 대답은 같습니다.
"그런 말 대놓고 하는 분들 많아요. 비대칭이 심하지 않고 그저 남의 눈에 좀 띌 정도 비대칭인 분들도 '비대칭이란 말 자주 듣는다'고 말씀하시거든요. 하물며, 살면서 남에게 '비대칭'이란 얘기를 한 번도 듣지 않았는데 어떻게 심.한. 비대칭'일 수 있겠어요?"
누구나 자기 얼굴의 비대칭때문에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의 눈에 띄는 비대칭은 드뭅니다. 심한 비대칭이 고민이라고 수술을 받겠다며 성형외과를 찾아오는 분들 중에서도, 남의 눈에 띌 정도는 1/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설사 남의 눈에 띌 정도의 비대칭이라도 수술이 필요할 정도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얼굴의 비대칭이 고민이라는 분들께 제가 말씀드리는 '내 비대칭이 남의 눈에 보일지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살면서 남들에게 비대칭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 내 눈에 아무리 심해 보이는 비대칭이더라도 남의 눈에는 안 띈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이때 세가지 '무효'인 경우가 있습니다. 남에게 '비대칭'이란 말을 듣더라도 아래 세가지 경우에는 무효라는 뜻입니다. 즉, 남의 눈에 전혀 띄지 않는 비대칭도 다음 세가지 경우엔 '비대칭'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엄마'입니다. 어머니에게 자식 얼굴은 당신 얼굴만큼 자세하게 보입니다. 남의 눈에 전혀 안보이는 비대칭이라도 어머니에겐 보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증명사진 찍을 때, 상담받을 때'입니다. 남에겐 비대칭이 전혀 안보이는 얼굴도 증명사진 찍을 때나, 성형외과, 치과에서 또는 경락, 마사지, 심지어 한의원 등에서 '비대칭' 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세 번째는 '내가 먼저 물어봤을 때'입니다. 어떤 얼굴이든 '내 얼굴이 비대칭이니?'라고 물어봐서 들여다보면 비대칭이 보입니다.
다음 분들도 '내 얼굴 비대칭이니?'라고 묻는다면 비대칭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분들의 얼굴이 비대칭이라 평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비대칭이라 덜 예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