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전통가옥인 겔은 원룸 형으로 되어 있고, 남쪽에 난 문으로 들어서면 중앙에는 화덕, 그 왼편으로 여성의 침대가 두 칸, 오른쪽으로는 남성의 침대가 두 칸 구비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부부의 성관계가 항상 겔 왼쪽에 있는 여성의 침대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왜 여성의 침대에서만 부부 성 생활을 하는 것일까.

몽골 인들은 이것을 여인에 대한 배려, 여성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처사라고 말한다. 즉, 사랑은 여성의 영역이므로, 남녀의 역할 분담 상 왼쪽의 침대에서만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몽골 여성들의 지위가 높은 이유는, 남녀 구분 없이 개인들의 자존심이 강하고, 남녀가 내외하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몽골에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며, 교육에 있어서도 아들보다는 딸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또한 원룸에서 지내는 몽골인 들은 자유로운 성의식으로 인해, 아이들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성 생활을 즐기는데, 그 이유는 어릴 적부터 동물들의 적나라한 교미 장면을 보고 자라난 몽골 아이들에게 부모의 사랑은 자연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몽골 인들이 가장 즐기는 성 생활 장소는 집이 아닌 드넓은 자연이다. 그들은 초원에서 말을 몰다가도 시간이 되면 배우자와 약속한 장소로 가서 깔개를 펼쳐 놓고는 둘만의 사랑 행위를 즐기기도 한다. 게다가 혹여 벌어질지도 모르는 민망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올가’라는 깃대를 세워 자신들이 사랑을 하고 있으니 피해가라는 표시를 해둔다,

‘올가’는 우리말의 ‘올가미’와 같은 뜻으로, 야생마를 길들일 때 쓰는 작대기 끝에 올가미를 단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예로부터 몽골의 청춘남녀가 초원에서 사랑을 나눌 때 올가를 땅에 꽂아 두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올가를 보고 그곳을 피해주게끔 하는 자연스런 배려로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막힘이 없는 초원에서 살아가는 몽골 인들의 시력은 4.0 에서 5.0 정도로 매우 뛰어나기에, 표시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먼 거리 일지라도 밀월 행위가 발각될 위험이 컸던 것이었다. 이와 같은 몽골 인들의 자유분방한 성의식은 수 천 년을 지속해 온 유목민의 삶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몽골 인들의 삶의 방식이 선진화 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들의 삶을 우리보다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어쩌면 오늘날 은밀한 성 생활을 위해 모텔을 찾는 젊은 연인이나 부부들보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초원에 누워 정다운 사랑을 나누는 몽골인 들의 삶의 방식이 훨씬 더 풍요롭고 여유롭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