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다리와 후배위
모든 방송매체와 광고가 늘씬한 여성의 아름다움, 특히나 서구적인 미녀들을 칭송하고 있다. 길고 군살 없는 다리에 탄력적이고 쫄깃한 복부, 그리고 풍만한 젖가슴을 가진 여자를 보고 매력을 느끼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특히 길게 쭉 뻗은 다리는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독 다리가 많이 짧은 여성을 좋아하는 남자도 있다. 내 친구 A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다리가 짧은 여성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가 키 작은 여성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키에 관계없이 허리가 아주 긴 여성을 좋아하는 것이다. A는 사실 나의 대학 동기이다. 미술을 전공한 남자답게 그는 사물이나 사람을 볼 때도 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물론 모든 미대 동기들이 그와 같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A는 아주 특이한 심미안을 갖고 있었으니까.
그는 이상형의 여자들을 보면 늘 인어 같다고 표현했다. 허리가 긴 여성이 붙는 바지를 입고 씰룩 씰룩 걷는 것이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유난히 가늘고 긴 허리와 급작스럽게 풍만해지는 엉덩이의 조화가 A의 눈과 아랫도리를 즐겁게 하는 중요 포인트였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아이들이 숏다리나 요롱이라 부르며 놀리던 친구들이 한두명 있었는데 곰곰히 그녀들의 몸을 떠올려보면 보편적인 아름다움은 아닐지언정 뭔가 정곡을 찌르는 색기가 있었다. 하체와 상체의 대비가 강하여 늘 하체가 풍만하고 육덕지게 보였다.
그런 체형적 특징 때문에 숏다리인 여자들이 제일 섹시해 보이는 체위는 후배위라고 A는 단언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몸이 잠자리에서 얼마나 큰 쾌감을 선사하는지 술김에 내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잤던 여자들 중에는 나와 절친한 여자 동기도 있어서 나는 약간 민망해하며 그의 섹스 후일담을 들었다.
내가 종종 허리가 길어 슬픈 짐승 요롱이라고 놀리던 친구가 알고 보니 A에겐 환상의 섹스 파트너였던 것이다. A는 내 친구와의 섹스를 자신이 한 섹스 중에 베스트 3위 안에 든다며 그림 그리듯 묘사했다.
그녀의 까무잡잡한 피부에 크고 둥글게 벌어진 엉덩이와 매끈한 허리가 움직이는 것을 볼 때마다 A는 몹시 흥분했다. 예의없이 일찍 사정할 것 같아 늘 섹스의 후반부에 가서만 후배위를 할 수 있었다. 엉덩이와 허리에 한 손 씩 얹고 그녀와 리듬을 맞춰 흔들릴 때마다 그는 이 여자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모두 다리가 짧다고 보편적인 미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우스개거리 삼아도 자신만큼은 진짜 허리가 긴 여자들의 장점을 알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A에게 개인적인 경험을 듣고 난 뒤 그와 함께 섹스를 한 내 친구를 만났다. A와는 다르게 친구는 그와의 섹스를 너무 고정된 체위에 집착해서 지루했던 섹스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섹스 자체의 흥미도와 오르가슴의 유무와는 다르게 그녀가 A에게 감사했던 부분이 있었다. 숏다리 컴플렉스 때문에 낮은 자존감을 가진 그녀를 정말 뜨겁게 봐줘서 그 후로 그녀는 자신감을 얻고 남과 다른 아름다움에 더 주력한다고 했다. 특히 후배위로 섹스 할 때 큰 엉덩이를 뒤로 빼며 허리를 비틀 때 생기는 조형미는 바로 A가 가르쳐준 비장의 카드라고 음기로운 눈으로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