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팔아먹은 적" "소신이 해당행위?"…민주 내홍 점입가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예상치 못하게 가결되면서, 민주당 내홍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행사한 자당 의원들을 겨냥해 "자기 당대표를 팔아먹은 적"이라며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직격했다. 이에 비명(비이재명)계에선 "국민들과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킨 게 왜 해당행위냐"며 반발에 나섰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 이튿날인 22일,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명계 의원들은 이탈표를 행사한 의원들을 향해 보복을 예고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의 공작에 놀아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이자 비열한 배신행위"라며 "소수 음모와 횡포, 탈선"라고도 규정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해당행위에 대해선 전 당원 뜻을 모아 상응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직을 맡고 있는 김병기 의원도 21일 표결 직후 페이스북에서 가결을 행사한 의원들에게 "이 대표의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해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들에 경의를 표한다"며 "역사는 오늘을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29명이 138명을 이겨 먹으니까 부결한 의원들이 더 우스워 보이냐"라며 "이제부터 당신들 뜻대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기어이 윤석열 정권이 쳐 놓은 덫에 이 대표를 내던져야 했냐"고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따져 물었다. 민주당 출신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협박에 굴하지 않자 일부 의원들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결과"라며 "의석수가 한두 자리 줄어들더라도 없는 것이 더 나은 사람들은 이번에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비명계 의원들도 '민주당을 위한 판단'이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체포동의안 가결을 해당행위로 규정한 것에 대해 "이건 6월에 당대표가 국민 앞에 약속한 내용이고 의원총회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하자고 결의를 한 내용"이라며 "그게 두 달도 안 돼서 해당행위가 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지키자고 했던 분들의 판단도 민주당을 위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비명계 중진인 이원욱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가만히 있고 오히려 책임이 약한 사람(박광온 원내대표)한테 모든 것을 떠넘긴다"며 "책임져야 될 사람은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의 지도부"라고 역설했다. 이어 체포동의안 가결 관련 친명계의 반발에 대해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또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앞으로 민주당내 상황이 더욱 혼돈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거대 야당이 이렇게 되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한텐 거의 핵폭탄이 터진 셈"이라며 "내부적으로 서로가 불신하고 끊임없이 갈등이 분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지금 정기국회 상황에서 다가올 국정감사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강성당원들이 국회를 에워싸고 가결 의원을 색출하면 당은 더 엉망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당이 풍비박산날 가능성이 크다. 갈등도 역대 최고조로 갈 것"이라며 "여기에 개딸(이 대표 강성지지층)들도 총동원령으로 가세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민주당내 친명-반명 갈등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각각 가결-부결 논리가 있기 때문에 그 논리가 쉽게 어우러지지 못할 것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더 혹독한 시련이 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