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섹스란
결혼한 지 1년6개월인데 잠자리 횟수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예요. 남편이 하자고 할 때까지 기다리면 3~4개월도 그냥 지나가요. 내가 하자고 해도 반응도 없고요.”
아내는 남편에게 섹스를 하자고 할 때마다 자기가 밝히는 여자 같아서 너무 비참하다고 한다. 그래서 ‘섹스가 뭐 부부관계의 전부인가? 애 하나 낳았으니 그냥 살면 되지’라며 자신을 위로해 왔지만, 어떤 날은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하지만 남편은 “아니, 애가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외도를 하나요? 매일 땡 하면 집에 오는데 외롭기는 뭐가 외롭습니까? 이건 저 사람 문제예요”라며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출중한 외모에 고소득 직업을 가진 아내, 가정적이고 성공한 사업가 남편, 완벽해 보이는 이 부부의 문제는 남편이 아내에게 성적인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통상 ‘여자는 하기 싫어 괴롭고, 남자는 하지 못해 괴롭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의 통념과는 달리 하기 싫어하는 남자들이 꽤 있다. 이런 남자들은 자존심 때문에 드러내 놓고 얘기하지는 못하고 단지 아내에게 “섹스 못해 환장했냐?”며 스트레스를 준다. 이들은 여자에게 섹스가 어떤 의미인지를 전혀 모르는 무식한 남편이라 할 수 있다.
여자의 섹스중추 크기는 남자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고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낮아 성적충동은 비교적 약한 편이다. 하지만 남자와 마찬가지로 종족보존 본능이 있기 때문에 섹스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는 있다. 단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이라는 위험 부담 때문에 조심스러울 뿐이다.
남편이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아내는 불안감을 느낀다. 성적충동이 강한 남자가 섹스 없이 살 리는 없기 때문에 틀림없이 한눈을 판다고 생각한다. 이런 불안감이 남자와 재결합하려는 강박적인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남편이 외도하는 아내들은 섹스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면 여자에게 섹스는 남자에게 성적충족을 줌으로써 외도를 방지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버림받지 않을 거라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 여자의 섹스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남자는 섹스를 하면서 사랑을 느끼고, 여자는 사랑을 느껴야 섹스를 한다’는 말이 있다. 여자들은 정서적 교감이 먼저 이루어져 사랑의 감정을 느껴야 섹스가 하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사랑을 느낀 여자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 부담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닌 섹스까지도 말이다.
따라서 여자에게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최고의 사랑 표현인 동시에 남자의 사랑을 확인받는 순간이다.
여자에게 섹스의 또 다른 의미는 친밀감의 나눔이다. 부부가 거리감을 느끼면서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이 거리감을 좁혀 주는 것이 터치다. 섹스는 온몸의 터치와 애무가 기본이다. 사랑이 담긴 터치는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오르가슴 다음으로 깊은 만족감을 준다. 따라서 여자에게 섹스는 상대와 깊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매력적인 여자로 봐주길 바란다. 살림하는 주부나 애들 키우는 엄마가 아닌 여자로서 말이다. 그런데 남편이 섹스를 요구하지 않으면 ‘내가 남편에게 비중이 없는 사람이구나. 남편이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이 섹스를 거절하면 단순히 섹스라는 행위에 대한 거절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대한 거절이라고 생각한다. 즉 여자에게 섹스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수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