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를 남편에게
나 이제 바람 피울테니 눈 좀 감아줘.” “그래, 나도 당신과 성관계 하기 싫으니 나가서 욕구를 해결하든가.”
다섯살, 두살 아이를 둔 부부의 대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부부는 서로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
남편의 하소연은 이렇다.
“아내는 아이들과 침대에서 자고 저는 바닥에서 자는데, 성관계를 하려고 침대 위로 올라가면 아내는 아이들이 깰까 걱정만 해요. 또 아이들을 재우면서 아내도 같이 잠들어 버려서….”
이에 대해 부인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재워줘야 해요”라고 항변했다. 상황이 이러니 부인이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또 부인은 지금은 부부관계보다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신경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한 부모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성적 욕구를 해결하지 못한 남편은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상담 후 부부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사랑해서 결혼했기 때문에 침대에서 같이 자야 하는 거야”라고 설명한 뒤 아이들을 작은 방으로 옮겨서 재우기 시작했다. 둘만의 공간이 생기자 자연스레 스킨십과 친밀감이 생겨났다. 부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게 되자 흥분이 자연스럽게 일어났고 심지어는 부인이 먼저 성관계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동안 부인은 남편보다 자녀에게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잔 것이 결국 아이들이 엄마에게만 집착하게 만들었고 아빠와는 멀어지게 했다. 그러나 부인이 남편을 아이들보다 우선시하자 아이들도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지금은 아이들이 아빠만 기다리고 아빠가 재워줘야 잘 정도로 아빠를 좋아하게 되었다.
네살 전후의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시련을 겪게 된다. 남자 아이는 엄마에게 이성의 감정을 갖게 된다. 그런데 도전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을 가진 아빠가 있다는 것에 좌절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빠가 같이 놀아주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아버지를 경쟁자가 아닌 든든한 보호자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부부의 다섯살 아들은 엄마에게서 분리될 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에게 질투심이나 적개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지 엄마를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이런 마음은 자라면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부인이 계속 아이들과 침대에서 잤더라면 아마 아들은 나중에 마마보이가 되었을 것이다. 또 부부 사이도 결별로 치달았을 것이다. 많은 여성은 출산 후 부부관계에 소홀하게 된다. 아이에게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