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고통스러운 성생활
환자의 성생활’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암을 극복한 사람들이 투병 기간 중 겪었던 성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들은 투병 기간 동안 성생활에 문제가 생겼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고, 의사도 거기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현재 암은 완치됐지만 성문제로 인해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죽을지도 모르는 암 앞에서 섹스가 뭐 그리 중요할까’라며 의아해 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어느 토요일 오후, 성숙(47·가명)씨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내원해 질성형수술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항암요법까지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경과가 좋아 지금은 재발이 없길 바라며 관찰 중이란다.
그런데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난 후부터 남편의 잠자리 요구가 줄더니 지금은 스킨십마저도 없단다. 혹시 보기 흉한 가슴 때문인가 해서 유방재건수술까지 했지만 마찬가지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질성형수술이라도 하면 남편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해 수술을 결심한 것이다.
많은 경우 암 환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죽음의 공포에 눌려 감히 섹스는 생각도 못한다. 하지만 아무리 중병에 걸렸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이 있다.
그러나 배우자도 본인도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치료에만 집중하며 지낸다. 그러다 보면 병이 나은 후에도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어렵게 된다.
사례의 남편은 투병 중인 아내에게 섹스를 요구한다는 게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일인 것 같아 참았다고 한다. 이런 지나친 배려(?)로 성생활이 없어지고 더불어 부부 사이의 친밀감도 사라지고 말았다. 친밀감이 없는 부부는 곧 관계가 단절된 부부를 의미하기에 그에 따른 고통도 클 수밖에 없다.
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된다. 암 환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전과 다름없는 성생활은 부부 간의 사랑을 확인시켜준다. 이런 사랑의 힘은 환자의 투병 의지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성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직접적인 삽입성교가 어려울 수 있다. 유방암 수술 후 항암요법으로 호르몬제를 투여하거나 자궁암 치료로 방사선요법을 사용해 질건조증이 생긴 경우다. 이럴 때는 윤활제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또 남성생식기계 수술 후 후유증으로 발기나 사정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도 포기하지 말고 음경보형물수술을 하면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삽입성교가 안 된다면 삽입성교의 집착에서 벗어나자. 누차 이야기하지만 삽입성교가 성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만족스러운 성생활은 성기가 아니라 머리에서 느끼는 것이며, 환자라 할지라도 배우자의 몸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받는다면 암을 이겨낼 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