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외 사정...2


질외 사정...2

새사랑 0 1267

지금은 인터넷 검색 하나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90년대를 통과한 아이들은 정보를 얻으려면 발품을 팔아야 했다. 섹스 정보도 마찬가지다. 나는 강의가 비면 가끔 중앙도서관에 가서 섹스 관련 도서들을 검색했다. 대출하면 카드에 기록이 남으니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메모를 하곤 했다.
 
그리고 21세기 세상. 매일, 모든 것이 눈부시게 바뀐다. 3D 프린터로만 5층 아파트를 만들고, 하늘을 나는 1인 비행 장치 제트팩 Jetpack이 시중에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진화하는데 왜, 아직도, 절정 전에 성기를 빼는 걸 피임법이라 여기는 ‘원시인’이 있는 걸까?
 
예전에 서울의 모 대학신문 편집팀과 짤막한 섹스 문답 인터뷰를 했는데, 그 질문지를 받아 들고 한동안 울적했다. 내 일상에 섹스를 포함시킨 순간부터 오랫동안 혼자 끙끙 앓던 이슈들이 아직도 그 문답에 들어있었다. 아래는 질문 내용 중 하나다:
 
Q. 많은 학생들이 피임법으로 질외사정을 택하는데 질외사정은 임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정을 하지 않아도 전립선 액만으로도 임신이 가능한가요?
 
질외사정은 말 그대로 절정 직전에 페니스를 질에서 빼내어 사정하는 것이다. 전문의들이 피임법으로 질외사정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페니스를 빼는 타이밍을 놓치기 쉽고, 또 흥분했을 때 남자의 전립선 액에 정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2011년, 미국 뉴저지 헐 앤드 프린스턴에서 테스트한 리서치에 따르면 27명의 남자 중 37%가 사정 전 전립선 액에 정자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니 우연한 임신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질외사정이 정말 딱이다(?).
 
언젠가 남자친구와 노래방에서 퀵 섹스를 했다. 그것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불투명한 노래방 창문 너머로 누가 쳐다볼까 시작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고 섹스 내내 불길한 상상을 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절정을 느낀 남자친구가 급하게 페니스를 빼다 정액이 내 몸은 물론, 노래방 구석구석에 튀는 바람에 부랴부랴 시간을 연장하고 우리의 ‘흔적’을 닦느라 고생했다. 엉뚱한 곳에서 청소만 하는 것으로 그 날 질외사정 해프닝이 마무리된 건, 다시 생각해도 하늘이 도우셨다. 아무리 섹스가 좋아도 수명을 단축시킬 법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하는 건 좀 아니잖아. 그 날 이후 콘돔은 내게, 단순히 피임법이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돕는 힐링 도우미가 되었다.
 
No Condom, No Sex를 필생의 만트라인 양 읊어대도 불안전한 섹스를 한 나의 과거는 남아있다. “뭘 보고 그때 R을 믿었어요?” 하고 누군가 물어본들 ‘제대로’ 대답하긴 힘들다. 얼굴이 마음에 들었고, 키스를 너무 잘 해서 그랬다고 어떻게 말하냐. 스스로 멍청했다고 인정하는 일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팁을 계산하기 위해 내 남자가 지갑을 꺼낸다. 벌려진 지갑 안, 사진을 끼워놓는 투명한 앞주머니에 콘돔이 보인다. 준비성이 철저한 남자다. 언제 어디서 우리가 눈이 맞아 누울지 모르니 말이다.
 
이 남자는 믿는다. 그가 나를 향한 마음, 사랑. 하지만 그의 성기는 믿지 않는다. 영원히.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