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깜빡깜빡’, 걱정만 말고 이 검사부터 하세요
직장인 김모씨는 79세인 어머니가 최근 아파트 비밀번호를 잊는 등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자 치매가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김씨의 어머니는 인지능력 저하 외에도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게 느려지는 등 신체 능력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검사 결과 치매가 아닌 ‘정상압 수두증’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내리며 치매와 달리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상압 수두증’은 뇌 안에 차 있는 액체인 뇌척수액에 불균형이 생겨 치매와 유사한 이상 증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뇌척수액이 정상보다 많이 차게 된 탓에 나타나는 이 질환은 7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져 발을 넓게 벌리고 작은 보폭으로 발을 질질 끄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넘어지는 일이 잦고,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실금하기도 한다. 그 밖에 인지기능 저하와 무기력증처럼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진단은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이 있는 뇌실이 커진 것을 확인하고 허리의 척추 사이에 주삿바늘을 꽂아 뇌척수액을 뽑아낸 뒤 그 결과를 보고 내린다. 뇌척수액을 빼낸 뒤 걸음걸이나 요실금, 인지기능 저하 같은 증상이 개선됐다면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치매로 오인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서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이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정상압 수두증의 치료에는 ‘뇌실-복강 단락술’과 ‘요추-복강 단락술’을 각 환자의 상태에 맞게 병행한다. 기존에 쓰이던 일반적인 치료법인 ‘뇌실-복강 단락술’은 전신마취를 한 뒤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션트 튜브(실리콘과 흡사한 실라스틱으로 만든 가는 관)를 이용해 과다한 뇌척수액이 나갈 수 있는 우회로를 내는 수술이다. 전신마취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는데, 허리부터 복강 내로 우회로를 연결하는 수술법인 ‘요추-복강 단락술’을 시행하면 두개골에 구멍을 내지 않아 국소마취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용숙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증상을 면밀하게 관찰해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하여 선별해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