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위에 있을때 여자의 자세...2
나는 셀카를 찍을 때도 그렇지만 침대에서 섹스를 할 때도 머리카락 연출에 고민한다. 내 남자가 콘돔을 끼우는 동안 나는 머리를 베개 위로 전부 올릴지 한쪽 어깨로 모아 늘어뜨릴지 아니면 오른쪽 옆머리를 귀 뒤로 살짝 넘길지 등을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엄청나게 분주하다. 개인적으로 머리를 베개 위로 부챗살처럼 펼치는 걸 좋아한다. 피스톤 운동으로 인한 흥분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내 입술 사이로 머리카락이 살짝 물리면 더 섹시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때 머리 연출과 더불어 시선을 살짝 남자에게 돌리면, 효과 최고다.
사실 나는 섹스할 때 남자와 시선을 잘 맞추지 않는 편이다. 눈을 뜨고 있을 때도 주로 남자의 귀를 쳐다본다. 그래서 한 번은 나름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남자가 뒤에서 진입할 때 애써 힘들게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려 했지만 돌아온 건 “아파? 왜 그래?” 와 같은 걱정 어린 말이었다. 내 각본대로라면 서로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전기가 파팍 튀어 하반신을 붙인 채 격렬하게 키스! 인데 말이다. 하긴 평소라면 어깨를 납작하게 내리거나 더 흥분하면 상체를 침대 아래쪽으로 내려 질의 ‘포만감’에 강도를 더할 텐데, 별로 유연하지도 않은 허리를 억지로 틀어 굳이 눈을 쳐다보려 하니 내 남자가 의아해할 만하다.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흐름도 삐걱했다. 그냥 자연스레 눈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될 일을.
돌이켜보면 눈빛으로는 이미 여러 번 남자의 상의 단추를 끌렀으면서 정작 침대에서 남자의 몸을 자연스럽게 보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육욕에 젖어 잔뜩 흐트러진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게 부끄러웠다. 나도 저런 동공이 풀린 눈을 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니 더더욱 남자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옷을 벗은 지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절정에 오른 마냥 고개를 최대한 뒤로 꺾기, 왼쪽 귀 최상단에 시선을 두어 초점 흐리기, 상대의 입술을 뚫어져라 보며 키스를 유도하기 등 시선 관리가 힘들 때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여하튼 다 지난 이야기고, 최근 잠자리 개인 리뷰를 통해 얻은 것은 있다. 내가 수줍어서 혹은 눈동자를 직시하는 데 힘이 드는 한국인 특유의(?) 매너 때문에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는 건 아니란 것을. 비주얼보다 사운드에 약할 뿐이다.
나는 소리와 진동에 반응이 강하다.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헉헉 대는 남자의 신음소리를 귓속으로 또, 귓불에 전해지는 떨림으로 엄청 흥분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귀 옆으로 끌어당기고 있더라. 고개가 자꾸만 측면으로 돌아가는 것도 귀를 애무해 달라는 본능적인 몸짓이었을 뿐. 내 눈이 남자의 얼굴에 내내 가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니 혹시 당신의 파트너가 섹스 내내 눈을 감고 있다 해도, 괜찮다. 그게 그 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