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포지션...2


스탠딩 포지션...2

새사랑 0 1061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에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를 벽으로 밀어붙이며 그녀의 쇄골 절흔, 쇄골 사이의 오목한 부분을 자기에게 달라며 휘몰아치는 격정을 표현한 랄프 파인즈를 잊을 수 없다. 나의 상상 속 ‘맛세이’ 포지션은 이런 것인데.

나는 섹스를 일상에 편입시키기 전 늘 꿈꾸던 섹스 판타지가 있었다. 하나는 물에서 사랑을 나누기,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선 채로 격렬하게 섹스하는 것이다. 수중에서 사랑을 나누기는 생각보다 꽤 여러 번 했다. 주로 욕조에서 남자와 함께 목욕을 하다 말고 삽입을 즐기곤 했으니까. 만족도도 괜찮다. 하지만 서서 사랑을 나누는 건 여러모로 도전이 많다. 파트너의 신장 차이가 괜찮은 자세를 잡는 데 굉장한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 불편해!

 

물과 벽, 둘 중에 방 벽이 더 몸에 무리를 주리라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사람은 두 발로 육지를 걷지만 태어나기 전 우리 몸의 몇 배나 되는 양수에 있었으니 물이 더 편안함은 어떤 과학적(이라 하고 개인적인) 근거로 따져볼 때 일면 이해가 간다.

 

여하튼 불편하고, 게다가 삽입감도 별로 깊지 않은데 굳이 서서 섹스를 하려는 이유는 이 자세가 주는 ‘거대한’ 포스다. 맛세이가 주는 섹시한 포스에 끌려 기본 실력이 미치지 못함에도 굳이 당구 큐대를 위에서 내리꽂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뭐든 강력한 것을 다루려면 잘해야 한다. 잘하지 못하는 데도 맛세이를 하다 멀쩡한 당구대의 천을 찢고, 서서 섹스를 하다 허리에 무리를 준다.

 

허리와 허벅지 근력에 굉장한 자신감이 있다면 남자가 벽에 등지고, 안정적인 스탠딩 포지션을 구사하려면 여자의 등을 벽에 기댄 다음 다리를 남자의 허리나 허벅지에 감게 한다. 자세의 특성상 삽입감이 떨어지니 두 사람이 찰떡같이 밀착하는 게 관건. 잘하려면 자주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흐름이 끊이지 않고, 같이 하는 사람의 즐거움까지 같이 챙기려면 말이다.

 

연습해도 불편하다면 굳이 무리하지 말자. 침대에 편안히 누워 얼굴을 마주하며 사랑을 나눌 때의 그 안락함을 떠올려보라. 편안한 것이 꼭 지루함을 동반하는 건 아니다. 섹스가 지루한 건 자세가 아니라 그 사람이란 걸, 사람들은 종종 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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