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핵 시계’ 작동 시작…러시아 IRBM·우크라이나 에이태큼스 등 미사일 상대방 영토에 떨어져


푸틴의 ‘핵 시계’ 작동 시작…러시아 IRBM·우크라이나 에이태큼스 등 미사일 상대방 영토에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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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핵 시계’ 작동 시작…러시아 IRBM·우크라이나 에이태큼스 등 미사일 상대방 영토에 떨어져

핵전쟁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가 다시 움직일까.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가 매년 표지그림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이 시계는 핵전쟁으로 인한 인류 종말 시간을 오전 0시로 설정하고 세계 핵전쟁 위험을 평가해 남은 시간을 표시한다. 1947년 시작된 이래 1991년 미국과 소련이 1차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맺었을 때 23시43분으로 0시에서 가장 멀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을 거부하고 북한 핵위협까지 잦아진 지난해가 23시58분30초로 가장 가까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하루 앞둔 11월19일(현지시간) 이 시곗바늘이 0시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사거리 300km의 에이태큼스(ATACMS·육군 전술 미사일 체계)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발사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이날 핵 비보유국이 자국을 공격해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았다면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핵 교리(핵무기 사용 규정) 수정안에 서명했다. 여기서 '러시아를 공격한 핵 비보유국'은 우크라이나, 이를 지원한 핵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군사동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국가) 회원국이다. 누가 봐도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이다. 우크라이나, 영국제 미사일 '스톰섀도' 발사


실제로 위협은 현실화됐다. 11월21일 러시아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극초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쏘아올렸다. 러시아가 IRBM을 발사하기 직전엔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250km의 영국제 미사일 스톰섀도를 발사했다고 한다. 이로써 러·우 전쟁은 북한군의 러시아 참전에 이어 미·영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하는 등 긴장도가 최고조로 높아가고 있다. 푸틴이 IRBM까지 동원함으로써 전 세계는 순식간에 '핵공격' 가능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 변화는 사실 예고된 것이긴 하다. 푸틴은 지난 6월부터 핵 교리 수정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위협했으며, 9월25일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타격 무기 사용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핵 교리 개정을 지시했다.  


푸틴의 조치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속 빈 강정'이라고 표현했다. BBC는 러시아 연구자를 인용해 "푸틴의 행동은 에누리해서 평가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불리할 때마다 이미 여러 차례 핵카드를 만져왔기 때문에 서방은 그를 '양치기 핵 소년'으로 여긴다는 소리도 들린다. 푸틴이 핵 위협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바람에 서방이 '공포의 한계체감'을 겪으면서 '핵 면역력'을 얻었다는 야유도 나온다. 


핵무기는 '절대무기'여서 이를 사용하면 상대의 보복 핵공격을 받는 것은 물론 상호확증파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류 절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핵무기로 선제공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과적으로 핵무기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용해서 승리를 거두기보다 상대를 위협하고 공포의 균형을 이뤄 큰 전쟁을 막는 용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밀접 전차군단이나 공업단지, 군수기지, 전략적 요충지 등 전술 목표물을 제한된 범위에서 무력화할 수 있는 소형 전술핵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만은 없다. 실제 푸틴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를 돕는 유럽 국가들에 "미국 전술핵을 들여와도 러시아는 유럽 대륙 전체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은 현재 거의 무방비 상태"라고 대놓고 위협했다. 


정작 뜨거운 반응은 미국 공화당에서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허용한 바이든을 격렬하게 비난하면서다. 트럼프가 2기 행정부의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한 마이크 월츠 하원의원은 11월19일 폭스뉴스에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그런 내용을 브리핑받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이는 확전으로 가는 또 다른 단계로, 앞으로 어디로 가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 주니어 "3차대전 일으키려 하나" 반발


11월18일에는 트럼프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소셜미디어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이루고 사람 목숨을 구할 기회를 만들기 전에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수조 달러의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 빌어먹을 멍청이들"이라고 썼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주)도 "바이든이 퇴임을 앞두고 위험한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려 한다"며 "미 국민은 11월5일(대선일)에 이런 결정에 반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 권한대행을 지내고 2기에도 고위직 발탁이 예상됐던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 대사는 소셜미디어에 "바이든이 정권 이양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확대할 걸로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이건 완전히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글을 올렸다. 미 백악관은 트럼프 측근들의 비판에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3년10개월 동안만 일하라고 국민이 선출한 건 아니다"고 응수했다. 


그럼에도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바이든의 조치는)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라며 "바이든은 모든 미국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헌적인 전쟁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탄핵까지 거론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싸고 민주·공화 양당이 정권 인수 기간 내내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출발 전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내년 1월20일까지 퇴임을 두 달 남겨둔 바이든은 왜 에이태큼스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것일까. 바이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맞은 11월20일에는 그동안 한반도 외에는 사용을 금지했던 대인지뢰까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기로 결정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몰입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 재집권 이후 벌어질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축소·중단과 만일 있을지 모를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종전 협상에 대비해 짧은 잔여 임기 동안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를 최대한 지원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전술 미사일로 전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러시아 본토를 깊숙하게 공격함으로써 민심을 뒤흔들고 푸틴을 압박해 협상을 유리하게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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