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섹스1 (남자편)
<소리가 중요해?>
섹스가 하고 싶은 날, 상대에게 주는 사인은 여러 가지다. 대놓고 “오늘 섹스하자”라고 말할 수도 있고 행동으로 은밀하게 상대를 자극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내는 소리는 내가 얼마나 이 섹스에 만족하고 있는지를 서로에게 알려주는 사인이 된다. 성의학 전문가 설현욱 선생의 책 <조이 오브 섹스>에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성이 ‘죽음’(죽어간다고 외치지만, 그런 종류의 느낌을 즐긴다)과 ‘엄마’를 외친다고 적혀 있다. 혹은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종교에 대해 주절거린다고 한다. 한편 남성은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짐승처럼 으르렁거리거나 “더 세게! 안으로!” 등과 같은 공격적인 단음절의 내뱉는 말을 한다고 한다. 섹스를 할 때 흥분을 하면 왜 그런 정체불명의 소리를 내는 걸까. 명확하게 증명된 자료는 없다. 분명한 건 특정한 언어로 규정되거나 사회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언어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섹스를 할 때 소리를 통해 상대방의 느낌을 감지한다.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보통 여자들은 섹스를 하는 동안 남자가 “좋아?”라고 묻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리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여자 역시 그렇다. 애무를 하고 있는데 남자가 아무 반응이 없다면, 어쩐지 맥이 풀린다. 최근 20대 막바지에 첫 연애를 시작한 친구 H는 “가뜩이나 평소에 말도 많은 사람이 섹스할 때만 말이 없어지면 난 이상한 생각이 들어. 나와 하는 게 별로 안 좋은 걸까?” 무수한 섹스를 경험한 또 다른 친구 M은 “(상대 반응이) 가장 신경 쓰일 때는 ‘블로우 잡’을 할 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오럴 섹스를 해주는데 탄성 어린 신음 소리가 들리면 ‘역시 나는 잘해’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겨”라고 말한다. 그녀는 상대가 원하는 애무를 해줄 땐 의식적으로 더욱 신음 소리를 내며 ‘그래 그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평소에 눈치 없던 남자는 그 소리에 맞춰 그녀가 원하는 곳을 더욱 강하게 자극한다고 하니, 소리의 힘은 강하다.
섹스하면서 나는 소리는 또 다른 비언어적 대화인 셈이다. 물론 커플마다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소리가 섹스를 더욱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섹스를 하면서 상대의 소리를 제대로 된 메시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외치는 비명 혹은 절규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릴 수 있는가? 잘 안다면, 그 섹스는 성공적이다.
Do 남자가 흥분하는 소리 남자를 절정에 더욱 빨리 다다르게 하는 여자의 소리.
섹스 좀 해본 남자 3인이 말한다
1. 50m를 전력질주한 것 같은 그녀의 ‘하악’ 소리
신음 소리도, 그냥 숨소리도 아니다. 마치 단거리 달리기를 하고 난 후 숨을 고르는 듯한 ‘하악하악’거리는 소리가 좋다. 숨 차서 내는 그녀의 소리는 우리가 함께 섹스에 몰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숨을 고르듯 소리를 낼 때 여자의 가슴은 자연스럽게 오르락내리락 한다.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눈으로, 소리로 확인하는 셈이다. 이때 여자가 상위에 있으면 더욱 섹시하다.
2. 소리도 실력도 AV 배우급
청순하고 얌전하게 굴던 여자가 섹스를 할 때 AV 배우급으로 돌변한다면 그야말로 ‘반가운 반전’이다. 단순히 소리만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테크닉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어떤 남자도 마다할 리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능수능란하면 괜스레 여자의 과거를 의심하게 된다. 반면 나와 섹스를 거듭할수록 이렇게 일취월장하는 거라면 대환영이다. 일본 AV의 요란함과 미국 AV의 끈적거림을 적절하게 섞은 소리가 가장 좋다.
3. 귓속을 맴도는 거친 숨소리
주로 귀를 애무할 때 나는 소리다. 혀로 귓속 동굴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순간 귀를 멍하게 만들고 덩달아 정신까지 멍하게 만드니까. 더 좋은 건 귀를 애무하면서 필연적으로 나는 빠르고 거친 숨소리처럼 들리는 콧바람이다. 여자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아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4. 하얀 이불 서걱거리는 소리
주로 여자친구와 호텔 혹은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모닝 섹스로 이어지게 만드는 소리다. 맨살에 깨끗한 이불이 닿는 서걱거리는 소리와 촉감은 나를 자극한다. 어쩐지 이 순간을 놓치면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 곁에 잠들어 있는 여자친구가 사랑스럽게 보이는 건 보너스다. 호텔 이불의 촉감과 소리는 나를 짐승으로 만들고, 만족스러운 섹스도 만든다고 자신한다.
Don’t! 섹스가 꺼려지는 소리
1. 물기 어린 ‘철퍼덕’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살이 부딪혀 나는 소리는 심하게 거슬린다. 특히 땀이 나서 살이 부딪힐 때마다 나는 소리는 어쩐지 나 스스로가 저급해 보인다. 사랑은 없고 그저 본능에만 충실한 채 허리를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짐승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2. 잘못 배운 못된 소리
사람이 간사한 게 적당한 신음 소리라면 모를까 잠깐 손만 닿았을 뿐인데 과하게 자지러지면 여자가 이상한 야동을 보고 잘못 배운 게 아닌가 싶다. 고맙긴 하지만 오버하는 소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섹스를 많이 해본 남자라면 내 능력쯤은 잘 안다. 아무리 생각해도 AV 속 남자처럼 내가 그렇게 능수능란하지 않다.
3.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비명 소리
지나치게 소리에 집착한 여자가 층간 소음 생각 안 하고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적이 종종 있다. 급한 마음에 손으로 입을 막기까지 했다. 이성을 잃고 하는 게 섹스라고는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이성을 찾게 된다.
Question 뮤트섹스는 남자를 불안하게 한다?
YES! 열심히 하는데 아무 소리 없으면 ‘내가 잘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불안하다. 주변은 어두워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으니,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소리뿐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면 좌절할 수밖에. 내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필살기까지 선보이는데도 그런 반응이라면 없던 지루가 생길지 모르겠다.
NO! 필사적으로 입을 막고 소리를 참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오히려 승부욕에 발동이 걸린다. ‘어디 네 의지로 참을 수 있으면 참아봐라!’라며 더욱 힘을 내서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여자가 고집스럽게 참으면 매력이 없다. 못 이기는 척 신음 정도는 내줘야 상대가 소리 내는 걸 억지로 참고 있다는 걸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