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성관계
대부분의 남성은 “아내가 성생활에 적극적이었으면”하고 바란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성적 공격성도 떨어지고 변화 또한 많다. 특히 임신과 출산은 육체적, 심리적 변화와 함께 성욕도 변화시킨다. 임신 중 성욕이 올라간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떨어진다면 큰일이다. 성욕이 떨어져 임신 중 성관계를 소홀히 하면, 출산 후 부부관계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섹스리스(sexless)로 내원한 상당수의 여성이 임신 후 성욕이 떨어졌다고 하는 것은 임신 중 성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온라인 상담에서 “임신 중 성관계를 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신세대 예비엄마들이다. 책에서 괜찮다고 해도, 경험이 없는 예비엄마들은 불안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이렇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지레 짐작이나 잘못된 정보를 듣고 안 좋다고만 생각하는 여성도 있다.
이들은 “임신 중 성관계를 하면 절대 안 돼요. 잘못하면 아기가 다쳐요. 그리고 아기가 싫어해요”라며 성관계를 거부한다. 영국의 한 제약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임신 중 성관계를 해도 되는지에 대해 헛갈려 하는 여성이 7%나 된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성지식으로 무장한 임산부가 성욕까지 낮다면 출산 후 성생활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임신 중 성관계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하는 것이 좋다. 태아가 다치거나 싫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태교에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태교는 사랑이다. 임신 중 엄마 아빠의 사랑행위는 고스란히 태아에게 전달된다. 사랑을 듬뿍 먹고 태어난 아기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대인관계도 좋다. 또 부부관계에도 도움을 준다. 좋은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친밀감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된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임신 중에 훨씬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임신 중 성관계를 하면 평소보다 더 높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산과적으로 의미가 있는 질환이 있을 때는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다. 유산의 위험성, 심한 입덧, 생식기 염증, 조산의 위험성, 양수파열, 전치태반, 태반조기박리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피해야 한다.
임신 중에는 특별한 질환이나 증세가 없더라도 평소와 같은 삽입성교는 어렵다. 산모의 배가 부르고, 삽입한 성기가 자궁에 닿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첫째 성기를 얕게 삽입한다. 둘째 산모의 복부에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셋째 무리한 체위를 삼간다. 임신 초기에는 남성상위체위도 가능하지만 산모의 배가 불러오면 후배측와위가 좋다. 후배측와위란 두 사람 모두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남성이 여성의 등 뒤에서 삽입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렇게 하면 복부를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얕게 삽입할 수 있다.
임신 중 떨어진 성욕과 잘못된 성지식으로 성생활을 피하지는 말자. 비록 불가피한 사정이 있더라도 부부관계 자체를 피해서는 안 된다. 부부 사이의 기본은 친밀감이다. 삽입성교를 못하는 경우라도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삽입성교만이 성관계는 아니다. 전희행위로도 충분히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태교뿐 아니라 출산 후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위해서라도 임신 중의 성관계는 중요하다.